고민감성은 허구의 개념이다—‘매우 민감한 사람들’의 무감각과 정체
一、‘진정으로 사랑하는지’에 대한 무감각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과 태도, 그 모든 것에 민감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기초적인 한 가지, 곧 상대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지에는 둔감하다. 이토록 두렵고 치명적인 무감각은 생애 첫 20년, 30년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길들여진 것이다.
사람들은 삶을 직시하기 어려워한다. 즉, ‘진정한 사랑과 존중’이라는 기준으로 연락처에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가려내고, 천 명 중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어려워한다.
A. 예민함은 ‘사랑일지도 모르는 것’, ‘사랑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예민함이다. 조건부 사랑이라도 나는 기꺼이 그 조건을 충족하려 하고, 네가 나를 속여 주기만 한다면 나는 기꺼이 속아 넘어가며, 네가 나를 한 번 바라보기만 해도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고 여긴다. 그 결과 해로운 사람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는 멀어진다. B. 예민함은 위험에 대한 예민함이다. 통제할 수 없다는 모든 신호, 특히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신호’는 무너짐을 촉발한다.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불안형 애착으로, PUA식 심리 조종의 표적이 되기 쉽다.
二、나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른바 ‘예민함은 재능이다’라는 말에는 더욱 동의하지 않는다
앞의 몇 문단에서는 이 표현을 그저 ‘빌려 썼을’ 뿐이다. 내가 보기에 지나친 예민함은 흔히 나타나는 일종의 준건강 상태이며, 두려워할 필요 없이 여러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면 회복할 수 있다. 이른바 지나친 예민함은 흔히 ‘경계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고, 과제 분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내면의 중심이 충분히 독립적이고 튼튼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지나치게 공감하거나 타인의 감정에 신경 쓰기 쉽고, 내적으로 소모되기 쉽다. 각종 사교 활동과 업무에서도 애쓴 보람 없이 지쳐 버리곤 한다. 이는 청년들에게 매우 흔한 상태다. 흔히 성장 환경에서의 불안과 방어, 그리고 감정이 불안정하고 성미가 급하며 폭력적이거나 무너지는 부모를 돌보는 역할 역전과 관련이 있다. 해야 할 일은 과제를 분리하고, 자립하고 스스로 강해지며 자신감을 키우고, 내면의 중심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예민함은 재능이다’라는 말에는 다소 PUA식 심리 조종의 요소가 있다. 바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칭찬이나 인정처럼 보이는 것’에 ‘고도로 민감하다’는 점을 이용해 이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매우 예민한 사람’은 하나의 꼬리표이며, 혼란을 더하는 꼬리표다. 나는 《당신의 예민함이 바로 당신의 재능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이 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저 공허한 위로만 늘어놓아서가 아니다. 저자는 실제로 심리학에 상당한 전문성이 있고 여러 학파의 이념에도 익숙하다. 그런 사람이 이처럼 새로운 말을, 그것도 다소 문제가 있는 말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별자리 풀이처럼 ‘바넘 효과’를 일으키는 말을 써서 사람들을 고개 끄덕이게 하는 것은 비전문적이고 위험하다.
三、‘예민함은 재능이다’라는 말의 ‘긍정적 의미’는 엉뚱한 시도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데서 나온다.
A. 일종의 ‘희망’을 암시한다
이 희망은 실제로 존재한다. 자신이 ‘매우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자신과 사회적 관계를 알아차리고 심리학을 배우는 길로 들어섰다는 뜻이며, 이는 치유의 첫걸음이다. 어떤 질병이나 준건강 상태든 증상과 질병의 유형을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흔히 인기를 끄는 말은 ‘매우 예민한 아기들’은 모두 ‘영성이 높은 아기들’이라는 것으로, 댓글란에는 열띤 호응이 가득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알아차림은 사람이 이제 막 자기 안의 ‘영성’을 발견한 것, 곧 자기 안에 있는 ‘본래의 온전함’의 가장자리에 손이 닿은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영성은 여전히 ‘본래의 온전함’을 온전히 불러내는 데 있다.
이런 희망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절망의 표현이다. ‘예민함은 재능이다’라는 식의 공허한 위로에 머무른 채 심리학의 체계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영성의 무감각이다.
B. ‘운명을 받아들이기’, 과거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암시한다.
C. 이 책의 긍정적 의미는 올바른 심리학 이념을 많이 인용했다는 데 있다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들자면, 일부 중약 제제에 들어 있는 양약 성분과 같다.
내 말은 이런 식으로 엉뚱한 시도가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데 기대지 말자는 것이다. 훌륭한 심리학 서적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라. 바른 앎, 바른 견해, 바른 길로 나아가라. 이 지푸라기를 놓고 계속 앞으로 탐색해 나아가면 바로 앞에 뭍이 있다. 어렵지도 않고, 영성이 높은 아기일 필요도 없다. 누구나 본래의 온전함을 지니고 있으며, 마음이 곧 부처이고, 스스로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
D.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 계급, 소박한 진선미, 작은 동물, 자연 등 어디에나 있는 치유의 존재들에 보이는 무감각
어디에나 있는, 자신을 구하고 사랑하라는 신호에 대한 무감각, 어디에나 있는 마음의 성장과 사회 비판에 관한 정보에 대한 무감각.
두려움, 규율화, 사상에 찍힌 낙인, 관성, 몸에 밴 습성 등 때문이다.